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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시즌 1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APTX:4869”
출연: 후루야 레이, 아카이 슈이치
장르: 명탐정 코난
프로그램 특징: #로맨스, #추리, #액션, #스릴러


https://youtu.be/KfMt3FNo5Mw

※노래가 링크🔗되어 있습니다. 몰입을 원하시는 분들은 재생한 채 즐겨주세요.









달빛조차 닿지 않는 사형수 감옥에 기도소리가 퍼져 울렸다.
사형수를 보내는 기도소리에 누군가는 울기도 했고 누군가는 욕을 퍼부었다.
나는 텅 빈 마음으로 기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었다.
달빛을 잃고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실감이 나고는 했다.
달밤을 걸을 자유를 다시는 잃었다는 것.
그것이 감옥에 갇힌 누군가를 회개시키기도 했지만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천천히 자신을 죽이는 쪽에 속했다.

종 소리에 우리의 일상은 통제 되었다.
종이 울리면 밥을 먹었고 종이 울리면 야외활동을 했다.
가끔 일을 하기도 했으며 레크레이션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 모든 일상이 종소리 하나로 통제 되는 이 곳이 나는 오히려 감사했다.
억지로 삶의 이유를 찾아 나를 다그칠 이유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나를 놓아도 좋았다.

어떤 사형수는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경찰관을 죽였기 때문에 나를 우상시 했다.
그럴 때면 먹었던 것을 뱉게 될 만큼 속이 쓰렸지만 그 고통도 잠시였다.
그들을 잡아야 했던 내가 그들과 같이 살인자가 되어 사형수가 되었다는 것 따위 자유를 잃은 처지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나는 점점 말라갔지만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얌전한 죄수로서 오히려 교도관들은 나를 존중해주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참을 수 없을 때가 아버지를 마주 할 때였다.
보안이 중요시 되는 공안교도소에서는 면회시간은 한정적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뿐인 시간을 위해 아버지는 면회실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잡혀 들어 간 날 처음 면회를 온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망가져버린 딸을 애도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이 상황을 믿고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그 애달픈 시선에 내 마음도 산산조각 나는 것이 느껴졌다.
내 유일한 달빛이 아버지였고 나는 아직 고해를 하고 싶지 않았다.
달빛이 들지 않는 감옥에 있을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아버지는 말라가는 나를 참지 못 하고 사식을 넣어주었다.
범죄를 저지른 딸에게 줄 음식 따위 없다고 할 것 같았던 아버지도 결국 아버지였다.
나는 그 음식을 먹을 자격도 없다 느꼈다.
내 사식은 다른 수감자들의 양분이 되었다.
나를 걱정스럽게 생각할 이들은 없었기에 나는 착실하게 말라갔다.

몇 주 후에 아버지는 타들어가는 심정을 애써 누르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너의 사건에 대해서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아. 너 조차 말이야. 내가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네가 왜 여기 있는지 조차 모르고 말라 죽어가는 널 보는 내 마음은 어떨 것 같니. 내 자랑스러운 딸아. 제발 죽지만 말아다오."

그런 아버지에게 차마 내가 몇 백번을 이미 죽었고 당신 앞에 서 있는 딸이 진짜 내가 맞는지도 확신하지 못 한다는 것을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내 손을 따뜻하게 토닥이고 종소리와 함께 멀어져갔다.

그날 이후 악화 되어가는 몸 상태는 운동시간을 위해 밖에 나갔을 때 터져버렸다.
나는 역행 하는 기분을 못 이기고 쓰러졌다.
흘러가려는 나를 가두는 것이 아버지였다면 나는 댐 안에 갇힌 물이었다.
그곳에 갇혀 달빛을 받으며 썩어가야만 하는 물의 운명이었다.
내 죄를 나 조차 견딜 수 없는데 아버지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쓰러진 나에게 교도관이 다가왔다.
그들의 싸늘한 시선은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 서늘하게 빛났다.

종소리를 따라 흘러가는 것 마저 하지 못한 채 나는 눈을 감았다.






의무실에서 눈을 떴을 때 의사는 나를 정신과 의사에게 넘기겠다고 했다.
여기에서는 나의 의사 따위 중요하지 않았기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는 정신과 의사와 만나는 동안 아버지를 만나지 않아도 됐다.
아버지가 없을 때의 나는 착실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흘러갔다.
자라나는 손톱이 나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었고 그 의미 없이 떠오른 손톱달 마냥 내 존재도 그러했다.
매 끼니 마다 제공되는 약들은 변기통을 헤엄쳤다.
약이 나를 망칠 거라는 두려움을 지울 수 없었다.
망각하고 착각하며 정신과 의사가 속을 만큼 내 몸도 속였다.
밥을 먹지 않아도 건강하다 믿었고 약이 없어도 나는 괜찮다고 나 조차 믿었다.
다시 흐름을 찾아 흘러 갈 때 쯤 정신과 의사는 귀찮은 표정으로 퇴원처리를 명령했다.
그들이 끄는 대로 포송줄에 묶여 독방에 돌아오면 그 고독함에 마음이 놓였다.
침대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나를 느끼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면회 소식이 들려왔다.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면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곳에는 아버지 대신 금발의 외국인이 앉아 있었다.

멈춰 왔던 나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를 다시 만난 내 심장은 쿵쾅 거렸다.
왜 아버지 대신 그가 여기 있는지 두려운 직감이 나를 엄습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의 팔 아래 깔려 있는 서류봉투에 내 눈 앞이 아찔해졌다.
그의 앞에 쓰러지듯 앉으면 금발의 남자는 안타까운 하늘빛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서 절망감 마저 느꼈다.

나의 고통과 나의 시간이 금 간 댐 사이를 뚫고 쏟아졌다.
나를 가뒀다 생각했던 그 댐이 나의 썩어버린 슬픔을 막고 있었음을 누가 알았을까.
나 조차 몰랐던 그 사실 마저 부서진 댐을 틈 타 나에게 쏟아졌다.

흐느끼는 나에게 그는 의미 없는 자기소개를 읊어댔다.
사무적인 그의 목소리가 의미 없이 흘러들었다.

"나는 네 사건의 책임자 후루야 레이 라고 한다. ……이미 눈치 챈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봉투를 그가 내밀었다.
눈물을 닦아내며 아니길 빌며 절박함으로 용기를 내어 봉투를 열어 서류를 읽었다.

나와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사망진단서가 나를 형장의 이슬로 만들었다.

침착해야 한다고 다그쳐 봐도 내 몸과 마음은 역류할 힘 조차 없었다.
쏟아지는 썩은 물을 피할 길이 없었다.

목 놓아 울며 서류를 끌어 안아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후루야는 죽어가는 나를 붙들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형을 집행하는 집행관이었다.



"정황상 너의 아버지는 네가 탈출한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던 뒷 세력에 의한 거라고 생각 돼. 그리고 네 사건은 경찰총장의 비리와 국내에서 자행 된 인신매매, 폭력집단의 불법 실험과 민간인 살해 등. 심각한 사안들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 우리 공안 검경이 극비로 수사하게 됐어. 일단 네가 죽인 사망자 들 중에서 차에 타고 있던 남성은 우리가 수배 중이던 남성이었고 네가 도망쳤다던 실험실의 연구원들은 아직 신원을 파악 중이야. 그리고 네가 쏜 경찰관들은 부상으로 끝났지만 사망한 경찰총장은 사고사로 처리하기로 했어. 불명예 사임은 할 수 없겠지만 너에게 죄를 묻지 않기로 했으니 이걸로 합의해주길 바라. 네 사건은 극비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발표는 없겠지만 수사가 진행 될 때면 직접 면담을 오거나 전화로 진행상황을 알려주도록 할게. 사법기관과 회의를 거쳐야 네 처분이 정해지겠지만 공안 경찰의 입장은 너에게 새 신분을 주고 국내 입국 금지를 주장할 생각이야."

((너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 날 죽인 것도 모자라 죄 없는 시민을 죽였어. 그런데도 너네 경찰이 말하기를 자신들의 죄를 묻기 위해 나를 영원히 추방한다는 내용 뿐이야?))

"……네 상황은 안타깝지만 너네 아버지를 죽인 건 우리 경찰 세력이 아니야. 너희 아버지의 직접적 사인은 총살이야. 우리 경찰이 쓰는 총알이 아니라 불법으로 유통 된 총알이 확인 됐고. 사건현장에 불까지 지른 걸로 봐서는 네가 실험실에 불을 지른 것을 복수한 거겠지. 네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 이런 결과가 날 것이란 걸 네가 몰랐던 것도 아닐텐데. 네가 죽인 사람들이 몇 명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난 죽어 마땅한 놈들을 죽인 것 뿐이야. 내가 죽이지 않았다면 나는 조가조각 나서 바다에 떠올랐겠지. 너네는 날 찾을 수도 없었을 거야. 경찰학교 총장이 은폐해버렸을 테니까. 그런데도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너네가 깨끗해? 내가 쏜 무고한 경찰들에 대한 죄는 달게 받겠어. 내 죄는 그것 뿐인데 난 모든 걸 잃어버렸어. 사람을 불구 고아로 만들고도 너의 그 사무적인 태도가 역겹기만 해.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는 거지.))

더 말을 듣기도 전에 종이 울렸다.
나를 끌고 나가려는 교도관들의 팔에 빠져나와 그에게 달려갔다.
내 품에 새기려는 듯 아버지의 사망진단서를 끌어 안은 채 고개를 숙인 후루야에게 지독한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강제로 끌려 나가며 울부짖었다.

달빛도 들지 않는 사형수 감옥에 다시 기도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욕을 퍼부었다.
이미 사형된 나에겐 그 어떤 기도도 닿지 않았다.
죽음이란 기도도 닿지 않는 것이란 걸 산 채로 느꼈다.


다음 날 부터 후루야는 나를 찾아왔다.
나에게 아버지의 시신처리를 물어보는 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사무적이려 애썼다.
나에게 감정을 주어봤자 괴롭다는 것을 아는 영리한 남자였다.
싫은 일을 도맡아 하는 그가 동정스러웠다.

"신분증 준비가 되는 대로 너와 아버지의 시신을 러시아로 옮길 생각이야. 그 때가 되면 나를 볼 일도 없을 테니…… 내가 밉더라도 참아."

((……어제 내가 한 말은 잊어. 네가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너도 이런 소식을 전하고 싶지는 않았겠지. ……난 아버지를 러시아에 묻고 싶지 않아. 아버지의 죽음도 해결 못한 채 한국을 떠나고 싶지도 않아.))

그는 당혹스럽게 엉망이 된 나를 바라봤다.
그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했다.
나는 치욕스러운 모든 것들로 부터 눈을 감았다.
달빛이 그리웠다.

((난 경찰이 되고 싶었어. 약자를 지키고 싶었는데 나 역시 약자라는 것을 잊어서 아버지를 잃었고. ……난 경찰이 되어야 해 후루야. 아버지에게 속죄 할 길을 만들어줘. 내 죄는 국가에 헌신하며 갚도록 할게. 이대로 한국을 떠날 수는 없어. 아직 사건이 끝난 것도 아니잖아.))

"……그건 무리야. 넌 이미 사형수나 다름 없어. 만약 러시아 추방을 거부한다면 넌 평생 감옥에서 살게 될 거야."

((부탁해.))

나는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것 처럼 그의 손을 붙잡았다.

((부탁할 사람이 이제 없다는 걸 내게 남은 게 하나도 없어. 경찰로 만들어 준다면.))

나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윗옷을 벗었다.
내 가슴팍에 튀어나온 상처를 가리켰다.

((여기엔 USB가 있어.))

"너…!"

((내가 실험실을 빠져 나오기 전에 가져온 거야. 내가 경찰이 된다면 이것도 경찰의 것이야.))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거야. 아버지도 네가 다른 나라에 가서 행복하길 바랄 거야."



내 손을 토닥이는 그의 손을 아프게 붙잡았다.
얼굴을 찡그린 그에게 나는 간절하게 소리쳤다.

((그런 건 내가 모든 걸 잃기 전의 이야기야. 난 이제 약도 못 먹는 몸이 됐어. 약이 날 망칠 거라는 망각 때문에 약도 먹을 수 없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이 곳에 갇혀 있단 사실만으로도 죄책감에 아무것도 넘어가질 않아. 의사는 내가 곧 영양실조로 죽을 거라고 해. 죽는 것 따위 수 없이 죽어봤으니 두렵지도 않아. 내가 두려운 것은 러시아로 떠나고도 내가 이 일을 잊지 못 하고 망가질 거라는 거야. 모든 것을 잃은 사람에게 행복하게 살라니. 그게 진정 너희의 답인 거야? 제발 날 이 잔인한 고통에서 좀 구해줘. 내 자존심, 내 자유, 내 행복 모든 걸 받쳐도 좋으니. 제발...정의를 구현하게 해줘. 나는 더 이상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야. 나는....나는....))

울먹이는 나는 말을 다 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읺았다.
힘겹게 손을 빼낸 후루야가 멀어졌다.

"미안하지만. 네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어. .....그 USB는 의사를 통해서 빼내게 해줄테니까."

((아…아아…))

목을 조르는 신음소리와 함께 머릿 속이 하얗게 타들어 갔다.
절망에 찬 나를 두고 후루야는 미련도 없이 떠나버렸다.
내가 무슨 심정으로 치욕스러움을 참아가며 날 이렇게 만든 경찰에게 빌었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는 생지옥에 내 눈에서는 불길이 타들어가듯 눈물이 쏟아졌다.




당장 의사에게 불려가지 않기 위해 나는 또 다시 나를 속였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모든 게 쉬워졌다.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독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놓여진 서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사인을 살펴 보려 눈을 질끈 감고 서류를 들었다.



떨리는 시야 너머로 서류가 타들어가는 환각에 시달렸다.
불길은 천천히 기어 올라 사인에 다다랐다.
직접 사인. 대퇴동맥의 총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분사로 인해 확인하기 어려우나 폐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 검출.
천천히 타들어가는 사인 너머로 아버지가 그려졌다.
타들어가는 집 안에서 다리에 총을 맞아 타죽는 고통을 온전하게 느꼈을 아버지가 보였다.
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는 순간 내 몸으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서류를 태우던 불길이 내 몸을 불태우고 있었다.
비명도 없이 침대에 고꾸라지면 검게 탄 잿덩이가 붉은 입 안을 벌렸다.

"내가 서류에 사인을 했기 때문이니. 우리가 건너지 말았어야 할 강을 건너버린 것은. 나 때문이니."

눈물이 뜨거운 불길을 뜷고 터지듯 증발했다.






내 옆에서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항상 멀리서 들었던 기도소리가 이번에는 내 옆에서 들려왔다.


나를 위한 기도같았다.

아마 나는 또 죽으려는 듯 했다.
죽음의 감각이 익숙하게 내 몸을 어루만졌다.
내 손을 마주 잡은 목사는 나를 위해 기도했다.

환각이 보였다.
달빛 아래 서 있는 아버지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그리운 모습으로 달려갈 수록 내 몸은 무거워져만 갔다.
숨이 차고 우는 것 마저 힘겨웠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게 됐다.

나는 외치고 싶었다.
타들어 간 목을 찢어서라도 외쳐야 했다.

내가 반드시 경찰이 되어서 아버지를 죽게 한 녀석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이기고 말 것이라고.


멀어지는 심장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손길이 내 이마를 어루만졌다.
어릴 때 나를 재울 때 처럼.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차가운 시체 보관소 안이었다.
나는 추위 속에 맨몸이었다.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아직 빼지 않은 USB가 느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시체 보관실을 빠져나와 나는 널려 있는 환자복을 아무거나 주워 입었다.
병원의 혼잡함에 스며들어 바깥을 나왔을 때 눈이 멀 것 같이 환한 가을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 계절이 돌고 돌아 가을이 된 것일까.

흘러 간 세월을 돌려 세울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 갈 길이 없는 길을 무작정 걸었다.
떨어지는 잎새들을 따라 뛰다 보면 마을이 내려다 보는 산 정상에 닿았다.

봄은 어디가고 열매를 맺어 죽어가는 세상의 이치가 들려왔다.

두 번째 탈옥은 어렵지 않았다.
누구도 죽지 않았고 오직 나만 죽었다.
그것이 다행스러웠다.

나는 죽었다.
나의 모든 것은 불타 없어졌다.
어딜 가도 찾을 수 없는 나를 이제는 보내주어야만 했다.

나무를 부여잡아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다.

쏟아지는 달빛을 피할 곳은 없었다.
황홀했던 달빛은 지독한 죄책감으로 남아 나를 불 태웠다.

가슴을 찢는 고통에 손을 얹어도 심장 보다 먼저 USB가 만져졌다.

나의 죽음을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됐다.
내가 죽더라도 세상은 계절을 맞이할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세상을 내려다 봤다.



나만이 없는 세상을 향해 뛰어갔다.
더는 멈출 수 없었다.
복수는 나의 것이니.













다음편 예고.

탈옥한 당신의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된 후루야는 긴급 회의를 연다.
당신에게 있는 USB가 언론에게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이 일은 겉잡을 수 없게 된다.
당신은 우연히 빌려 쓰게 된 코난의 핸드폰으로 경찰들과 연락을 하게 된다.

요구사항은 자신을 공안경찰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USB를 해외의 국제사회에 퍼뜨리겠다는 것.

후루야는 공안팀을 조직해 당신을 쫓게 되고 검은조직의 단서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코난은 아카이와 연락을 취해 FBI도 당신을 쫓게 된다.

도망친 당신의 앞을 막아선 건 아카이인가 후루야인가.
과연 공안경찰은 당신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

후루야의 경우 하편과 함께 아카이의 전편이 시작됩니다.





코난 아무로와 대화하기 {제로의 티타임}/스토리 [드림요소 포함]포기븐_후루야의 경우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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