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서로를 갉아 먹던 긴장감이 어느 순간 잦아 들었다.
내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면 그는 기쁜 듯 응해왔다.
내 다정함에 목 마른 아이마냥 나에게 다가와 내 다리에 머리를 기대곤 했다.
그의 금발을 어루만지며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탈출에 대한 생각이 강박처럼 나를 옭아맸다.
지금이라면 그의 목을 묶어서... 결박하고...
"따뜻하다."
내 무릎에 누워 웃고 있는 그를 보자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다.
그의 머리를 천천히 어루만질 수록 생각이 사라져만 갔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해피엔딩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가 이 방에 나가서 어딘가에 혼자 죽어버리진 않을까 무서웠다.
그의 곁에서 함께 걷고 싶다는 내 마음을 알까.
울지 않으려 애쓰며 나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는 어느새 잠에 들어 있었다.
내가 어디에 가지 못 하도록 허리를 바짝 끌어 안은 채.